무역적자 심화·공급망 불안…에너지 소비 절감 총력 대응
전기·가스요금 '가격 신호' 미작동에 수요 줄이기에 초점 
해외에선 에너지절약 위반시 벌금·징역 입법까지 추진


21일 오후 부산항 신선대와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9월 들어 20일까지 수출이 1년 전보다 줄어든 반면 수입은 늘면서 무역적자가 25년 만에 6개월 연속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329억5천8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8.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371억 달러로 6.1% 증가했다.

정부가 현 에너지 다(多)소비 구조 개편에 박차를 가하는 데는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의 '가격 신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불안과 역대 최대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의도도 깔려 있다. 2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외신에 따르면 외국에서는 공공건물 외부 조명 조기 소등과 사우나·수영장 등의 온수 금지 정책 등이 시행되는데 이런 에너지 절약 정책 위반 시 벌금·징역 등을 도입하는 입법까지 추진되고 있다.

◇ 가격 신호 미작동·에너지 공급망 불안·무역적자 확대

정부가 에너지 다소비 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는 것은 당장 올겨울 에너지 대란 우려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전기·가스요금의 '가격 신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 이에 맞춰 에너지 소비가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아직은 전기·가스 사용에 큰 불편이 없는 상황이다.

전기·가스의 연료비 인상분을 공공요금에 반영하는 대신 한전과 가스공사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고스란히 부담을 떠안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고물가로 국민 시름이 깊은 상황에서 전기·가스요금까지 대폭 인상하면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기·가스요금이 연료비 인상분만큼 오르진 않았다. 산업부는 최근 가정용 전기요금 인상과 함께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카드를 꺼냈다. 일반 국민 부담을 기업으로 일부 돌리려는 것인 만큼 기업의 반발이 예상된다. 에너지 수입이 급증하며 무역적자 규모가 역대로 커진 것도 에너지 소비 절감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 중 하나다.

올해 1~8월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 수입금액은 1천252억달러로 지난해 동기보다 589억달러(247.3%) 늘었다. 같은 기간 무역적자(251억달러)의 두 배가 넘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15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을 대상으로 '무역수지 및 환율 전망'을 조사한 결과 올해 연간 무역적자는 281억7천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206억달러 적자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133억달러 적자를 뛰어넘는 것으로 1956년 통계 집계 이래 66년 만에 최대 규모다.

◇ 파리 에펠탑 조명 조기 소등…독일 공공건물 온수 금지

올겨울 에너지 위기를 앞두고 에너지 소비 감축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한국만의 일은 아니다. 특히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유럽은 각종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산업부와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의 상징 에펠탑 조명은 오후 11시 45분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꺼진다. 현재 오전 1시까지 밝히던 것에서 1시간 15분 단축한 것이다.

에펠탑 외 공공건물 조명은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소등하고, 루이비통 매장도 야간에 소등하며 까르푸 매장은 조도를 30% 낮춰 점등한다. 독일은 공공건물 난방 온도를 19도로 제한하고 건물 복도·로비·입구의 난방을 금지한다. 또 공공건물, 야외수영장, 체육관 등의 온수 사용을 금지한다.

미관상의 이유로 건물 외관이나 기념물에 불을 밝히는 것도 금지 대상이다. 스위스는 가스 배급제를 검토 중이다. 시행할 경우 건물의 난방온도는 19도, 온수는 60도 이하로 제한하며 사우나와 수영장 등의 온수 사용이 금지된다.

스페인도 겨울 난방온도를 19도로 제한하고 냉난방 시설이 있는 모든 건물은 자동문 닫힘 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이탈리아는 프로축구 야외 경기장의 점등 시간을 4시간 이내로 제한한다. 일부 국가에서는 에너지절약 정책 위반 시 벌금·징역형 등의 처벌 도입도 추진 중이다.

[연합뉴스 제공]